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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5-01
제목 5명 중 1명 휴대전화 소유…노트북 들고 한국 드라마 보는 북한 주민들



[한경비즈니스=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사회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폐쇄된 사회의 기층이 시장화 확산과 정보화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태동하는 듯하다. 북한 당국에 의해 분류됐던 기존의 정치적 계층 질서는 경제적 수준에 따라 점차 새롭게 분화되고 있다. 외부의 새로운 문화도 바람을 타고 흘러든다. 사회주의 북한 변화의 중심에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시장과 젊은 통치자가 있다. 북한의 시장은 1990년대 배급 체제가 붕괴되고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생존 수단이다.

과거의 ‘농민시장’이 ‘장마당’으로 규모가 커졌고 당국의 통제 및 묵인하에 비공식적으로 활성화되다가 2003년 ‘종합시장’으로 제도화됐다. 물론 공식적인 종합시장과 비공식적인 장마당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제도권에 도입돼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 가동된 것은 커다란 변화다. 초기에는 상품 교환과 유통 부문에서 활성화되다가 점차 원료·자재·공산품이 판매되면서 최근에는 국가의 대형 프로젝트에까지 시장이 개입되고 있다. -북한 경제를 떠받치는 신흥 부유층 ‘돈주’ 2014년 북한은 확산되고 있는 시장 메커니즘을 대체하는 ‘기업책임관리제’를 내부적으로 적용했다.

이어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당 정책으로 발표했다. 기업책임관리제는 기업체들에 계획권·인사권을 비롯한 생산조직권, 관리기구와 노력조절권, 제품개발권과 품질관리권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의 대외무역과 합영, 합작권들을 부여해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 제도다. 특히 재정관리권·가격제정권·판매권 등은 시장의 자유가격에 맞게 제정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다만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생산수단이 국유화인 사회주의 북한에서 개인의 소유가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고 국가 건설 사업에 개인이나 기업이 투자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시장의 발달로 신흥 부유층이 생겨나고 이른바 ‘돈주’로 불리는 신흥 자본가들은 북한의 경제를 견인하며 정권의 국가 건설 구상과 발맞추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도 업적으로 평가받은 창전거리·여명거리를 비롯한 평양시 초고층 아파트들과 현대식 주상복합 단지들은 돈주들의 투자와 국가의 노력 동원에 의해 완성됐다. 중국의 개혁·개방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해외 화교들의 투자였다. 북한에서 돈주들의 투자는 마치 중국을 연상하게 한다. 시장에서 잉태된 돈주들은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고 있다. 핵·미사일 개발로 거듭되는 경제제재 속에서도 생활수준의 변화를 촉진하는 원동력이 바로 시장이고 신흥 부유층인 셈이다. 개인택시와 버스 사업이 평양에서부터 전국으로 확산됐다.

개인이 소유한 운송회사가 단절된 지역 교통을 잇고 있다. 과거에는 신기하게만 보였던 정보통신 기기 보급이 일반화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북한에서 보급되고 있는 손전화(휴대전화)는 360만 대(인구 100명 중 14.26명)에 이르며 전년도에 비해 11% 증가했다. 5년 전 중국산 ‘여우스(優思)’를 모방한 북한산 ‘아리랑’ 휴대전화가 출시된 이후 ‘진달래3’가 출시되면서 휴대전화 보급률이 3배나 증가했다. 2018년 현재 500만 대로 추정된다. 이는 2490만 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인구에서 4.9명당 1대에 해당되는 숫자다. 이러한 정보화의 경험은 계층별 차이·세대별 차이를 만든다. 북한이 자체로 개발한 인트라넷이 제공하는 포털 ‘광명’과 ‘열풍’에서 청년 세대는 정보를 공유하고 강의를 듣는다. 물론 정권이 필요로 하는 정보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아직은 한계가 크다.

컴퓨터, DVD 플레이어, 녹화기, CD, USB 등으로 동영상을 재생하며 한류 문화를 즐기는 계층은 청소년에서 장년층으로 더 확대된다. 최근에는 한류 드라마나 가요들이 SD카드에 넣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정보의 힘은 북한 주민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개인의 이익과 발전을 추구하게 한다. 정보화를 통해 한류 문화를 접함에 따라 교육의 욕구도 높아졌다. 북한도 사교육 시장이 제도 교육과 공존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사교육은 영어·중국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과 피아노·아코디언·바이올린 등과 악기·노래·댄스 교육 등이다. 사교육 시장은 아직 당국의 허가증이 없어 비공식 시장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을 통해 희망하는 분야의 자질과 수준을 높이면 제도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활성화되고 있다.

언어는 영어보다 중국어를 더 선호하며 중국어학원까지 생겨났다. 이는 북한의 변화가 제도적 영향보다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렇듯 시장화는 김정은 시대 들어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르게 타나났다. 우리는 그동안 시장화가 확산되면 체제의 이탈 현상이 많아지고 그만큼 정권의 붕괴 위험성 높아진다고 봐 왔다. 시장의 교환가치가 개인의 자유와 창조적 삶을 영위하게 하고 획일적 가치관이 다양하게 변화되는 촉매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시장을 대폭 수용해 자기화(북한의 우리식)하는데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사회적 신뢰 자본의 축적’으로까지는 평가하기 이르고 물질의 양적 충족도 원만하지 않다. 하지만 시장이 사회의 다변화를 촉진하고 정치 변화를 견인하는 원동력인 것만은 확인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장을 정권 유지의 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커버스토리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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