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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6.05
제목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 (조한범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이미 무력화된 1953년 정전체제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북‧미 평화협정과 남북기본협정의 체결을 통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발상이다.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단계인 평화협정의 체결은 한반도 군사적 대치의 당사자인 남‧북‧미 간에 추진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반도 정전체제의 실제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체결된 정전협정으로 한반도 정전체제가 성립되었다. 당시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는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이었다. 한국은 휴전에 반대했기 때문에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전이 벌어진 공간이 한반도이며, 한국은 교전의 주체였기 때문에 한반도 정전체제의 핵심 당사자라는 점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대규모의 무력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전상태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1953년 한반도 정전체제는 사실상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시위원회는 정전체제의 유지를 위한 주요 관리감독 기구이다. 그러나 두 기구 모두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1991년 3월 한국군 장성이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임명되자 북한은 이에 반발했으며, 이후 군사정전위원회는 사실상 중단상태에 놓였다. 북한은 1994년 4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조선인민군 대표를 철수시켰으며, 5월에는 조선인민군판문점대표부를 설치하고 군사정전 위원회를 폐쇄했다. 중국 역시 군사정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던 자국의 인민지원군 대표단을 본국으로 소환함으로써 군사정전위원회의 한 쪽 당사자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북한은 1993년 4월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 체코대표단에 이어 1995년 2월 폴란드대표단을 철수시켰으며, 3월에는 중립국 감독위원회 사무실을 폐쇄했다. 북한은 2013년 3월 11일부터 정전협정을 무효화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의 활동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953년 정전체제는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막대한 인명의 손실을 감수했으며,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전체제는 1953년과 상당부분 다르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할론에는 의문이 있다. 우선 현재 한반도에 중국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군은 휴전과 함께 한반도에서 철수했으며,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모습을 감춘지도 오래다. 또한 정전협정에 서명한 펑더화이 사령원은 중국 인민지원군 자격이었다. 중국 인민지원군은 형식상 정규군이 아닌 자발적인 참전형태였다는 점에서 중국 국가를 대리하는 행위주체로 인정하는 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중국은 1994년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자국의 대표단을 불러들일 당시 철수가 아닌 소환이며 정전협정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이 군사정전위원회에 모습을 나타낸 적은 없으며, 북한은 의도적으로 중국이 정전협정체제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했다. 북한의 명분은 한국전 교전당사자인 한국 및 미국과 수교한 중국이 군사정전 위원회에 북한 측 대표로 남아있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북한이 1953년 정전체제를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중국을 한반도 정전체제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제안 현재 한반도에는 한국군과 미군, 그리고 북한군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한반도 정전체제의 실질적인 핵심 당사자들이다. 1953년 정전체제가 무력화된 현실에서 한반도 당사자들 간 군사적 대치를 해소하는 협상이 타결될 경우 한반도는 평화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미 종전선언을 시발점으로 평화협정 체결, 국제적인 보장, 그리고 동북아차원의 안보협력의 확대를 포함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구축될 수 있다.

평화협정은 평화체제구축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력화된 1953년 정전체제에 얽매이지 않는 보다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단계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북미 평화협정과 남북기본협정의 체결을 통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발상이다. 한반도 군사적 대치의 핵심 당사자들인 남북미가 종전선언을 할 경우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입구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최고지도자 차원의 남북미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경우 한반도의 전쟁상태는 정치적 차원에서 종결되는 것을 의미하며, 평화협정은 이를 제도화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의 당사자를 남북미로 한정함으로써 평화체제 구축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가 남북미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평화협정 역시 남북미 간에 추진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국 및 미국과 중국 간에는 이미 수교가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될 이유가 없으며,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 역시 평화협정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한과 북미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의 기본구도가 완성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미중 패권경쟁구도 속에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평화협정 체결과정에 중국이 참여할 경우 북한을 자국의 배타적 영향권 아래 두기를 원할 것이며,이는 협상의 진행을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다. 중국이 관여할 경우 미중 간 패권경쟁의 요소가 반영됨으로써 복잡한 문제들이 제기될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중국의 역할은 평화협정 체결 이후의 보장 및 안정화단계에서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중국의 안보적 이해관계에도 긍정적이다. 이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중국의 협력과 신뢰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미 평화협정의 체결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평화협정은 분쟁당사자간의 갈등과 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 상태를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모든 합의 문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평화협정의 핵심은 전쟁의 궁극적 종식과 새로운 안보질서의 수립을 포함하는 관계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의 순조로운 이행을 전제로 했을 때 북미 간 평화협정의 주요 내용은 상호불가침조약의 체결과 양국 수교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안보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 간 평화협정의 체결은 사실상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핵심적 과제가 해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미 평화협정의 체결과 병행하여 남북한 간에는 기본협정을 체결하는 투 트랙의 추진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미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경우에도 남북관계의 발전과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 상호인정과 특수관계의 규정,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교류협력 등을 다루는 남북기본협정이 다시 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992년 도출된 남북기본합의서를 참고할 경우 남북기본협정과 평화협정의 내용은 상당부분 중첩된다. 남북기본합의서는 정전상태의 평화 상태로의 전환과 남북 불가침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화협정의 내용을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을 규정하는 포괄적인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할 경우 남북한 간의 항구적 평화 상태는 달성될 수 있다. 남북기본협정의 체결을 통해 평화협정을 대체할 수 있는 이유이다. 남북미 종전선언에 이어 북미 평화협정 및 남북기본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기본구도는 완성될 수 있다.

북미 평화협정과 남북기본협정의 체결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직접적인 당사자 간 항구적 평화상태가 달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정전협정은 자동적으로 사문화될 것이다. 유엔사령부는 창설과정과 동일하게 유엔의 결정에 의해 해체의 수순을 밟으면 될 일이다. 이후의 단계는 국제적인 보장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 6개국의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공동 보장과 아울러 UN결의 형태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의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해서는 남,북,미,중,일,러 6국이 참여하는 가칭 ‘동북아안보포럼(NEARF: Northeast Asian Regional Forum)’의 운영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안보포럼’은 느슨한 형태의 다자안보협의체로서 군사적 긴장의 완화와 불확실성의 해소 등 역내 신 안보질서 형성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논의하는 대화의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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